
10월의 잉글랜드 축구에는 독특한 두 얼굴이 있다. 프리미어리그는 국가대표팀 휴식기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데, 그 사이 4부리그 밑의 구장들에서는 FA컵의 예선 라운드가 한창이다. 하위리그 팀들은 가을 내내 쌓아 올린 예선 여정을 지나 11월 본선 1라운드에 올라서고, 프리미어리그 강팀들은 1월 3라운드가 되어서야 비로소 이 무대에 이름을 올린다. 그래서 FA컵의 “남은 대진표”는 두 장으로 나뉜다. 지금 이 시점에 확정된 하위리그 대진표와, 아직 추첨되지 않은 채 기다리고 있는 1월 이후의 대진표.
이 구조 덕분에 FA컵 2026-27의 우승 승부는 사실 두 번 갈린다. 한 번은 하위리그 팀들이 본선 티켓을 걸고 싸우는 지금의 예선에서, 또 한 번은 빅클럽들이 1월에 합류한 이후의 추첨 결과에서.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명백하지만, 어느 쪽이 더 재미있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이번 시즌의 대진표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그리고 우승 후보들의 카드가 어떻게 놓여 있는지 순서대로 짚어본다.
아직 남은 대진표: 시즌 일정의 지도
FA컵의 대진표는 계층 구조로 움직인다. 예선 라운드에서 본선으로, 본선의 하위 라운드에서 잉글리시 풋볼 리그 팀들로, 그리고 3라운드에서 프리미어리그까지. 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남아 있는 대진표는 다음과 같이 펼쳐진다:
- 4차 예선 (10월 중순) — 현재 진행 중인 단계; 내셔널리그 팀들이 본선 진출의 마지막 관문에 도달했고, 여기서 승리한 팀들이 11월 1라운드에 이름을 올린다;
- 1라운드 (11월 초중순) — 잉글리시 풋볼 리그 1부와 2부(리그 원, 리그 투) 팀들이 합류; 최근 몇 시즌 동안 이 단계의 승리팀에는 상금이 크게 확대된 체계가 적용되고 있어, 하위리그 팀들에게 본선 진출의 경제적 의미가 과거보다 커졌다;
- 2라운드 (12월 첫 주) — 1라운드 승리팀들이 다시 격돌; 3라운드 추첨은 이 단계가 끝난 직후 진행되어, 빅클럽들이 어느 구장에 떨어질지가 12월 초에 결정된다;
- 3라운드 (1월 첫 주말 무렵) —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십 상위 팀들이 합류하는 대회의 분수령; 이 시점부터 대진표의 우승 후보별 구도가 본격적으로 형성된다;
- 4라운드와 5라운드 (1월 말~3월 초) — 주말과 평일 밤 경기가 혼재하는 구간; 리그 일정의 압박이 가장 심해지면서 강팀들의 로테이션이 활발해진다;
- 준준결승과 준결승 (3월) — 준결승은 전통적으로 웸블리에서 열리며, 이 단계부터 대진표가 사실상 최종적인 우승 경쟁 구도를 확정한다;
- 결승전 (5월 말 웸블리) — 시즌 최후의 날; 146회째를 맞는 대회의 승자가 결정된다.
이 일정표의 핵심은 12월 초의 3라운드 추첨이다. 추첨 전까지 “남은 대진표”는 수학적인 구멍이 열려 있고, 추첨 이후에는 그 구멍들이 각 클럽의 운명으로 바뀐다. 지난 몇 시즌 동안 3라운드 추첨이 만들어낸 불운한 상대편 — 최상위 빅클럽들끼리 조기 맞대결이 성사되는 경우 — 은 우승 후보들의 시즌 계획을 뒤흔드는 충분히 큰 변수였다.
대진표 해석의 포인트: 무엇이 바뀌었나
최근 FA컵의 구조 변화는 대진표의 성격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 과거에는 무승부 후 재경기가 시즌 후반까지 대진표를 뭉개놓곤 했지만, 지금의 FA컵은 더 짧고 더 결정적인 형태로 운영된다. 대진표를 읽을 때 새로 적용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 재경기 폐지 — 1라운드부터 무승부 시 연장과 승부차기로 당일 승부가 결정된다; 이는 대진표가 리그 일정을 뭉개지 않게 해주는 대신, 하위리그 팀들에게 연장의 기회가 생기는 만큼 이변의 확률을 약간 높인다;
- 상금 체계의 확대 — 최근 시즌부터 본선 초반 승리팀에게 지급되는 상금이 크게 인상되었고, 하위리그 팀들에게 FA컵 한 경기가 클럽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 어느 때보다 커졌다;
- 3라운드부터 적용되는 VAR — 잉글랜드 축구의 최상위 스테이디움에서 열리는 3라운드 이후 경기에 비디오 판독이 적용되는 구조는, 이변의 판정 균형을 어느 정도 강팀 쪽으로 되돌리는 효과를 낸다;
- 프리미어리그 일정과의 충돌 — 유럽대항전에 참가하는 빅클럽들은 3라운드와 4라운드에서 주전을 쉬는 경향이 강해지는데, 이 구간은 상위 후보들의 실제 전력이 대진표상의 전력보다 약하게 나타나는 창이 된다.
이 네 포인트의 공통점은 대진표가 더 이상 순수한 “운”의 산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구조의 변화가 강팀들에게는 일정의 안정을, 하위팀들에게는 당일 승부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대진표의 각 라운드가 서로 다른 논리로 움직인다.
우승 후보: 1월 이전에 확정되지 않은 그림
FA컵 2026-27의 우승 후보 논의는 아직 공식적인 대진표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다. 프리미어리그 상위팀들은 1월 3라운드가 되어야 대진에 합류하고, 추첨 결과가 공개되기 전까지 어떤 팀도 상대가 정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현재 시점의 우승 후보 평가는 대진표가 아닌 전력과 최근 기록에 기반한다. 주요 후보들의 카드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 팀 | 강점 | 최근 FA컵 기록 | 현재 평가 |
|---|---|---|---|
| 아스날 | 최근 몇 시즌 최상위권 프리미어리그 전력과 깊은 로테이션 | 최근 우승 2020 | 우승 1순위 후보; 스쿼드 깊이가 로테이션 리스크를 흡수 |
| 리버풀 | 안정된 홈 전력과 챔피언십급 스쿼드 | 2022 우승 | 후보군 상단; 컵대항전 집중도가 관건 |
| 맨체스터 시티 | 유럽대항전 수준의 공격 전력 | 2023 우승 | 후보군 상단; 다면전 일정 부담이 최대 변수 |
| 첼시 | 젊은 스쿼드의 활력과 로테이션 자원 | 2018 우승 | 준 후보; 컵에서의 꾸준함이 증명 필요 |
| 뉴캐슬 | 최근 컵대항전에서의 성장세 | 오랜 기간 우승 공백 | 후보; 컵에 대한 클럽 차원의 의지가 강한 편 |
| 크리스털 팰리스 | 2025 우승의 경험과 팀 아이덴티티 | 2025 우승 | 다크호스; 우승 경험이 심리적 무기를 제공 |
표의 마지막 행은 이번 시즌 우승 후보 논의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다. 크리스털 팰리스는 2025년 결승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1-0으로 꺾고 구단 역사상 첫 FA컵 우승을 차지했고, 그 우승이 컵대항전의 계층 구조를 실제로 뒤흔들 수 있음을 증명했다. 프리미어리그 상위 몇 개 클럽만이 우승 가능하다는 통념은 이제 단순한 통념이 아니라, 컵전의 강팀 특유의 집중력과 일정 관리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례의 연속으로 바뀌고 있다. 아스날과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가 여전히 후보군 상단에 서 있는 것은 전력의 우월이 아니라, 그 전력을 컵전의 특수한 리듬에 맞게 배치할 수 있는 관리 능력 때문이다.
대이변의 조건: 무엇이 하위팀의 기회를 만드는가
FA컵의 매력은 우승 후보의 이름표가 아니라 대진표의 하단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하위리그 팀들이 빅클럽을 상대로 승리를 만들어내는 조건은 매년 비슷하게 반복되며, 그 조건들은 대진표가 확정되기 전에 이미 읽을 수 있다.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무승부 재경기의 폐지는 연장전의 개입 확률을 높였고, 하위팀들에게는 90분을 넘겨 승부차기에 들어갈 수 있는 추가 시간이 생겼다. 둘째, 빅클럽의 로테이션은 3라운드와 4라운드 구간에서 하위팀에게 사실상 11인 전력의 격차를 줄여주는 창이 된다. 셋째, 하위팀 입장에서 홈에서 열리는 경기는 그 구장의 분위기와 잔디 상태를 무기로 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세 가지가 겹치는 경기가 대진표에 나타나는 순간, FA컵의 진짜 스토리가 시작된다. 최근 시즌들에서 이변의 확률이 눈에 띄게 높아진 이유는 하위팀들의 전력 향상만이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구조적 변화 — 당일 승부, 로테이션의 확대, 상금 인센티브 — 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결론: 남은 대진표가 말하는 것
FA컵 2026-27의 남은 대진표는 지금 시점에서 두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 장은 10월의 예선과 11월의 1라운드 — 하위리그 팀들이 본선 티켓을 쟁탈하는 계층의 아래쪽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이고, 두 번째 장은 1월의 3라운드부터 시작되는 우승 후보들의 전쟁이다. 어느 장이 더 극적으로 흘러갈지는 대진표의 추첨 결과에 달려 있고, 추첨 결과는 12월 초에 공개된다.
우승 후보의 그림은 대진표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유력한 추정일 뿐이지만, 그 추정의 기반이 되는 전력은 이미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아스날과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가 여전히 상단을 지키고 있고, 크리스털 팰리스의 2025년 우승은 컵대항전의 계층 구조가 얼마나 유동적인지를 보여주는 반례로 남아 있다. FA컵의 남은 대진표가 말하는 것은 결국 하나다: 어떤 팀이 우승할지는 이름표가 아니라, 그 팀이 컵전의 리듬에 자신의 전력을 얼마나 잘 맞추는지에 달려 있다. 1월의 추첨과 5월의 웸블리 사이, 대진표는 아직 열려 있고 — 그 열린 상태가 FA컵이 FA컵인 이유다.